잭 덤프티는 올해의 겨울이 유난히 길고 느리다고 생각했다. 그건 상자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린 목도리나, 혹시 몰라 준비해 둔 육포 한 팩을 찬장에 집어넣은 지 몇 달이나 지났다는 걸 새삼스레 떠올리며 깨달은 사실이었다. 뒷목을 쓸어내리며 창밖의 눈보라를 보던 잭 덤프티는 고개를 돌리고 다른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두 번째 칸에는 호두 케이크가 있었다. 오늘은 11월 11일이니까, 이 정도는 챙겨도 괜찮겠지 싶어 사 왔다. 케이크 상자 옆에 붙은 폭죽을 보자 직원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초 몇 개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혼자 먹을 거라. 성실하게 웃던 직원은 초와 성냥 대신 작은 폭죽을 세 개 붙여주었다. 친구가 없어 보이니 혼자서 이거나 터뜨리고 놀라는 건가. 자신에게 그런 생각을 가질 이유라곤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잭 덤프티는 무심코 짓궂은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케이크 상자를 꺼내 한 조각을 자른 뒤, 남은 건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고민을 하다 폭죽도 하나 떼어 포크와 함께 테이블에 올렸다. 지금 와서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가라앉는 기분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친 잭 덤프티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다는 감상에 빠졌다. 두리번거리던 그는 이내 원인을 깨닫고서 라디오를 틀었다.
달칵.
Don't go tonight, Stay here one more time. Remind me what it's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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