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샘플 (11) 썸네일형 리스트형 ㅅㅎ님 커미션 (소주 타입) “……마지막 짐은 이걸로 끝났겠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중얼거리며 손에 든 짐을 내려놓았다. 방 안은 제법 정돈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했는데, 여자─루이는 그것이 제가 이 전함에 적응했을지언정 녹아들진 못한 탓임을 알았다. 옅은 한숨을 내쉰 그는 마지막 상자를 책상 옆으로 밀어 치우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푹신한 매트리스는 앞뒤로 흔들리다 곧 균형을 유지한다. 그 꼬락서니가, 뭐라고 할까, 심란한 제 마음과는 영 다르게 안정감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비관적인 사념에 잠긴 루이의 입꼬리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덧그려졌다. 친부모 같지도 않았던 그 작자들로 내 소중한 사람을 살리려 했던 건 고작 며칠 전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까지의 기간은 ‘고작’이라는 말로 감히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길.. ㅅㅎ님 커미션 (소주 타입)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선생님은 형식적인 인사말을 마친 뒤 아이들을 풀어주듯 교실 밖으로 나갔고, 하교할 시간이 된 아이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빗자루를 손에 쥐고서 마구잡이로 떠들었다. "오늘 금요일인데, 우리 PC방 가기로 한 거 맞지?" "난 학원 가야 한다니까." "야, 하루만 째. 하루 짼다고 안 죽어." 하나는 칠판에 있는 분필 자국을 열심히 문질러 닦으며 생각했다. 아니, 너네 부모님한테 죽을걸. 중학교에 올라오면 그래도 성숙한 아이들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성숙은 무슨. 두리 같은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 돌봐야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깨끗해진 칠판을 보던 하나는 맡은 청소 구역을 내팽겨 친 채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그대로 은은한 미.. ㅅㅎ님 커미션 (소주 타입) "그러니까 사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잘 싸운다는 사실은 잘못 알려진 거지. 미디어 매체에서 보여준 편견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그 말을 듣던 석이 새벽 1시를 가리키던 시계에서 시선을 떼어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째서 손님인 자신이 푹신한 침대에 앉아있고, 주인인 하나가 딱딱한 바닥에 앉아 두런두런 말을 늘어놓는지가 더 궁금했으나 기특하게도 실제로 말을 얹진 않았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눈앞의 상대와 대화하는 데에 꽤 능숙했다. 음, 바깥이 꽤 조용한가? 두리는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었지. 그럼 도운 박사님도 주무시나 보다. 몇 가지 사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석이 다시 하나에게 집중했다. 하나는 석을 쳐다보지 않고 열심히 손을 저어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톰과 제리.. ㅅㅎ님 커미션 (소주 타입) 잭 덤프티는 올해의 겨울이 유난히 길고 느리다고 생각했다. 그건 상자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린 목도리나, 혹시 몰라 준비해 둔 육포 한 팩을 찬장에 집어넣은 지 몇 달이나 지났다는 걸 새삼스레 떠올리며 깨달은 사실이었다. 뒷목을 쓸어내리며 창밖의 눈보라를 보던 잭 덤프티는 고개를 돌리고 다른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두 번째 칸에는 호두 케이크가 있었다. 오늘은 11월 11일이니까, 이 정도는 챙겨도 괜찮겠지 싶어 사 왔다. 케이크 상자 옆에 붙은 폭죽을 보자 직원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초 몇 개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혼자 먹을 거라. 성실하게 웃던 직원은 초와 성냥 대신 작은 폭죽을 세 개 붙여주었다. 친구가 없어 보이니 혼자서 이거나 터뜨리고 놀라는 건가. 자신에게 그런 생각을 가질 이.. ㅉㅇ님 커미션 (소주 타입) 시라유키 토모에는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눈앞에 놓인 휴대전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슬쩍 기울이거나, 또 다시 알 수 없는 신음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등 시라유키 토모에는 누가 봐도 ‘나는 지금 고민이 있습니다!’ 라는 티를 절절하게 냈다. 그리고 그 꼴을 가장 두고 보지 못하는 건 바로 스코야 카나였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스코야 카나였을 거란 소리였다. "안녕하세요, 시라유키― 어머, 아직도 이러고 계시네." "내버려 둬. 세 시간 째야." 저들끼리 속닥거리는 동료 회사원들을 향해, 평소라면 뭐라도 반응을 했을 시라유키 토모에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기만 했다. 진짜 무슨 일이 있나 봐.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그들은 시라.. ㅊㅇ님 커미션 (소주 타입) …그 이상을 해주고 싶어지는 게 사랑이라는 거죠. § 라이릭―안티는 그 자신을 믿은 적이 없었다. 아크로서 남들 앞에 서 있을 때면 몰라도 안티로서는 그저 한 인격의 반향음에 가까웠기에 당연한 일이다(애당초 부가적인 인격인 주제에 '로서'라는 말이 성립은 되는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정말로 틀에서 벗어난 듯한 인간상. 스케치북에서 기어코 삐져나온 크레파스 선 같이 느껴지는 게 바로 자신이었다. "라이릭 님, 일어나세요." 안티는 문득 그 기분 더러운 상념에서 깨어났을 때, 제 곁에 그림자가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로소 눈을 떠 제 하늘을 가린 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눈동자 속에 우주가 담겨 있는 사람이 곧게 서 있었다. 물론 본인은 극구 부정하겠지만… 사실이 아닌가? '라이릭.. ㅉㅇ님 커미션 (압생트 타입) 00. 모르고 있었다. 01. 테리 반즈는 시대를 넘나드는 천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상을 모르는 바보 또한 아니었다. 그러니 O.W.L를 거하게 말아먹었을 때 주변-특히나 가문-에서 자신을 뭐라고 하는지 정도는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세상은 아주 어리석어서 자신이 감추고 싶은 치부일수록 그것을 더욱 드러내 보이며 손가락질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즈家의 경우에는 테리 반즈가 그러한 존재였다. '반즈의 망신거리'라는 꼬리표는 그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 텐데도, 마치 테리 반즈와 반즈는 다른 세상에 속한다고 이르기라도 하듯 가문의 모두가 그를 모욕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테리―반즈는, 괜찮았다. 다만 신경 쓰였을 뿐이다. 02. 갈 곳 하나 없는 제 진로를 타박하기라도 하듯 여러 사람이 주변에서 타박을 .. ㅉㅇ님 커미션 (위스키 타입) 최근 테리 반즈의 손에는 깃펜을 잡는 모양 그대로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적을 관리하던 교수님은 그의 점수에 대해 의심하다가 -테리 반즈, 혹시 커닝한 건 아니지? 교수님, 저 못 믿으세요?- 그 굳은살을 보고 가까스로 방학 동안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오돌토돌한 굳은살은 그가 진탕 구르며 퀴디치를 해서 생긴 흉한 상처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요소로 적용됐다. 노력의 상징이 된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테리 반즈의 머리는 나쁜 편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쪽에 속했다. 그런 그가 공부를 안 하고 몇 년간 교수님들의 속을 썩이기만 하다가 최근에 드디어 성적을 내니, 어쩐지 예전보다 자신을 보는 눈길이 더 부드러워진 것도 같다고 테리 반즈는 생각했다. 물론 언제나 공정하고 학생들을 너.. ㅉㅇ님 커미션 (위스키 타입) 단언하건대 테리 반즈는 그 스스로에게 위해를 끼칠 만한 진정한 공포라는 것을 아직 느껴본 적 없었다. 단지 눈앞의 것이 비춰줄 두려움은, 어릴 적 부모님 품에 안기기만 하면 끝이 났던 나쁜 꿈과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과정에 보가트가 추가되었다는 소식은 전교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먼저 수업을 한 사람들에게서는 그것을 마주했다가 그대로 기절하거나, 결국 이기지 못해 다른 사람이 대신 주문을 외쳐줬다는 말이 허다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래서 뭐? 걔는 대체 어떻게 두려움을 찾아내는 건데? 테리 반즈는 눈을 깜박이다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붉은 눈동자에 여러 표정이 맺혔다. 표정의 주인들은 자신의 내면에 대해 무언가 짐작 가는 부분이 있.. ㅉㅇ님 커미션 (압생트 타입) 1학년의 테리 반즈는, 솔직히 말해 교수님들께 기대를 받는 인재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가볍고 제멋대로인 그가 자리에 앉아 양피지를 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대단하다면 대단하게 비쳤을 것이다. 내내 과제 따위는 하지 않고 제 친구들과 '언제쯤 빗자루를 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는 드디어 깃펜과 잉크까지 들었다. 글 과제는 대체로 테리 반즈와 잘 맞지 않았지만 계속 안 하고 살아올 수도 없었고 -그는 어제 연회장에 나타난 친구의 호울러를 기억했다. 아무리 천방지축에 말썽꾸러기인 그라도 그건 받기 싫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테리 반즈는 중얼거렸다. [비행술 - 수업 시간에 느낀 점을 바탕으로 비행 관련 팁 적어오기.] 팁..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