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리 반즈의 손에는 깃펜을 잡는 모양 그대로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적을 관리하던 교수님은 그의 점수에 대해 의심하다가 -테리 반즈, 혹시 커닝한 건 아니지? 교수님, 저 못 믿으세요?- 그 굳은살을 보고 가까스로 방학 동안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오돌토돌한 굳은살은 그가 진탕 구르며 퀴디치를 해서 생긴 흉한 상처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요소로 적용됐다. 노력의 상징이 된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테리 반즈의 머리는 나쁜 편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쪽에 속했다. 그런 그가 공부를 안 하고 몇 년간 교수님들의 속을 썩이기만 하다가 최근에 드디어 성적을 내니, 어쩐지 예전보다 자신을 보는 눈길이 더 부드러워진 것도 같다고 테리 반즈는 생각했다. 물론 언제나 공정하고 학생들을 너른 마음으로 돌봐야 하는 교수님들이 서얼마 고오작 성적 하나 높아졌다고 태도를 바꿀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가 도서관에 간다는 말을 순순히 믿어주는 정도로 변화하긴 했다.
테리 반즈는 심부름을 시키려던 교수님의 마수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도서관에 들어섰다. 훅 가라앉은 공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낡은 종이 냄새가 폐 안을 가득 채우고 들어왔다. 그 속에서 테리 반즈는 희미하게 처음으로 제출했던 과제를 기억해냈다. 분명 비행술이었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리고 깊이 깨달았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고는 과목밖에 없구나….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과목부터 해결하려던 테리 반즈는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자신을 놀라워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먼저 들어온 학생들은 나무로 된 의자에 앉아 양피지에 코를 박은 채 깃펜을 끄적거리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머리를 쥐어 싸매고 움직이지 않았다. 테리 반즈는 저 모습들이 제 미래가 될 것임을 예감해 차마 웃지 못했다. 와, 진짜 절실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정말로 살기 위해서는 과제를 해야 했다. 테리 반즈는 용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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