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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샘플

ㅅㅎ님 커미션 (소주 타입)

 

 “……마지막 짐은 이걸로 끝났겠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중얼거리며 손에 든 짐을 내려놓았다. 방 안은 제법 정돈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했는데, 여자─루이는 그것이 제가 이 전함에 적응했을지언정 녹아들진 못한 탓임을 알았다. 옅은 한숨을 내쉰 그는 마지막 상자를 책상 옆으로 밀어 치우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푹신한 매트리스는 앞뒤로 흔들리다 곧 균형을 유지한다. 그 꼬락서니가, 뭐라고 할까, 심란한 제 마음과는 영 다르게 안정감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비관적인 사념에 잠긴 루이의 입꼬리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덧그려졌다.

 친부모 같지도 않았던 그 작자들로 내 소중한 사람을 살리려 했던 건 고작 며칠 전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까지의 기간은 ‘고작’이라는 말로 감히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길었다. 그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일이 옳은 것인가’와 같은 시건방지고 쓸데없는 고민 따윈 아니었다. 루이는 그간 하루에도 몇 번씩 시계를 들여다봤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저 사람이 날 곧바로 신고하거나 죽이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급하게 방으로 돌아오고 나면 어김없이 머릿속에는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버러지 같은 친부모를 죽여 양아버지는 살리는 내용. 칼이든 총이든, 심지어는 다른 무기를 써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들을 죽이고 내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전이 되자 루이의 그 수많은 시뮬레이션 중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사람이 끼어들었다. 루이는 그렇게 땅을 짚었다. 흙으로 더럽혀진 손을 짓눌러 바닥을 딛고 일어서자 또 그 사람이 보였다. 온통 검은 주제에 단단히 웃을 줄 아는, 치사한 남자였다.

 


 

ㅅㅎ님 소주 타입 커미션입니다.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